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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신년]노인보건의료/노인보건의료 중요성

[2003신년]노인보건의료/노인보건의료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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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2.0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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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률(한림의대 교수 가정의학)

노인보건의료 중요성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000년에 339만명으로 전체인구의 7.2%를 넘어섬으로써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로 진입하였고, 2002년 현재는 전체인구의 7.9%인 377만명에 달하고 있다. 1995년에 노인인구가 5.7%에 달할 때 추정하였던 2000년의 6.8%, 2020년의 12.5%라던 노인인구 비율 추정치를 고려하여보면 우리의 노인인구 증가 속도는 매우 급속하다. 베이비붐 세대인 1950년대 출생자들이 노인인구로 진입하는 2010년대 중반이후가 되면 노인인구 비율이 14%에 이르며 본격적인 고령사회(aged society)가 될 전망이다. 이러한 우리 나라의 노인인구 증가속도(7%에서 14%까지 증가되는 기간을 20년 이내로 추정)는 그 동안에 발표된 어느 선진외국들 보다도 더 빠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는 그만큼 앞으로 우리 사회가 직면할 노인문제의 발생이 급작스럽고 클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흔히 노인문제를 4중고(四重苦)의 문제로 해석한다. 즉, 빈곤·질병·소외·역할상실이 노인들이 겪는 어려움이다. 노인인구가 급증한다는 사실은 이러한 4중고의 문제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의미이다. 의학적인 측면에서는, 노인은 노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신체와 정신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항상성(homeostasis)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고, 걸린 질병의 회복력도 저하된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지역사회에서 건강문제를 가진 노인의 비율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병원에 입원하거나 외래를 방문하는 환자들 중에서도 노인의 비율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결국 노인의료비의 급증을 불러오게 된다. 실제로 1985년에서 1998년 사이에 전체 의료비는 16.6배(5,830억원에서 9조 7,000억원) 증가하였는데, 같은 기간 중 노인의료비는 53배나(280억원에서 1조 4,910억원) 증가하였다. 현재 7% 남짓의 노인인구가 이용하는 의료비는 전체 의료비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벌써부터 바닥난 의료재정이 노인인구의 증가에 의해 나날이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노인의료 대책의 수립은 우리나라 보건의료 정책의 측면에서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이 될 수밖에 없다.

노인질환은 젊은 연령에서 발생하는 질환들과는 구분되는 몇 가지 뚜렷한 특성들이 있다. 노인병을 이해하는 가장 큰 개념적 차이는 질병명 자체보다는 문제중심 또는 '기능'중심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노인병을 다발성 기능장애(multiple I's)의 질환이라고 하기도 한다(이동장애, 신체균형장애, 배뇨장애, 인지기능장애, 신체방어력장애, 시청각기능장애, 영양장애, 수면장애, 발기장애 등).

노인병의 임상적 특징들을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노인병은 한가지 질병보다는 동시에 여러 가지 질병이 병발하는 특징이 있다(질병 다발성). 65∼74세의 노인들은 평균 4.6개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75세 이상의 노인들은 1인당 5.8개의 질병을 가지고 있고 단지 10%만이 신체적인 기능장애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우리나라의 조사에서도 65세 이상 노인의 입원환자는 평균 4.46개의 질환을 가지고 있어, 2.15개의 질환을 가진 40대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질환을 가지고 있음이 알려졌다.

둘째, 노인병은 질병의 증상과 징후가 불분명하고 비전형적이다. 여러 가지 질병이 공존하는 경우가 많아서 증상이나 징후가 몇 가지 질병에 의해 동시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한 노화에 의한 여러 가지 기관이나 계통의 예비능의 손상과 외부자극에 대한 신체반응 능력의 손상(예: 면역반응 저하, 통증인식 저하), 그리고 동시 발생 질환들 때문에 한 기관의 질병(예: 호흡기 질환)이 다른 기관의 손상을 촉진(예: 심부전, 급성 혼수, 낙상)하는 등의 현상도 비전형적인 질병의 표현양상을 유발한다. 뇌졸중이나 관절염은 신체활동을 억제하기 때문에 심부전이 심해져도 숨이 가쁜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게 만든다.

셋째, 노인병은 만성적이고 퇴행성 질환으로 완치가 어렵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선정한 노인의 주요 질병이나 건강문제로는 고혈압, 뇌졸중, 기타 심혈관계 질환, 당뇨병, 암, 만성폐질환, 퇴행성 관절염, 만성 신경정신계 질환, 시각 및 청각질환, 영양불량 등인 바, 모두 완치가 불가능하거나 만성퇴행성 질환들이다.

넷째, 노인환자는 치료나 약물투여에 따른 부작용 발생의 위험이 높다. 투여 약물의 흡수와 대사 기능의 저하가 흔하기 때문에 치료와 부작용 발생 사이의 안전역(safety zone)이 좁기 때문에 치료약제의 선택과 복용량의 선정에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다섯째, 노인병은 대부분 기능의 장애를 동반하게 된다. 특정 질병이 해당질환의 독특한 증상으로 나타나기 보다는 의식의 장애, 거동불편, 신체의 불안정과 낙상, 요실금 등과 같은 기능저하로 나타나는 경우가 매우 많으며,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런 기능장애가 영구적으로 계속되어 결국은 와병상태에 이르게 된다.

여섯째, 노인병의 발생과 치료에는 의학적인 측면외에 사회환경적, 정신적, 경제적 요소가 함께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혼자 사는 노인이나, 경제적 어려움, 소외감과 우울 등이 질병발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질병의 치료과정에도 장애요인이 되기 때문에 노인환자 진료에서는 단순히 의학적인 측면만을 고려해서는 성공적인 치유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노인병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노인에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해내는 효율적인 노인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보다 새로운 관점의 의료제공체계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측면이 종합적인 노인건강평가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이며, 이를 위해서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등이 함께 참여하는 노인의료팀(team approach)의 구성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노인환자의 양적 증가에 비해 노인환자를 적절히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노인의료팀의 구성이나 노인의료체계를 마련하고 노인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에는 현재와 같이 노인의학 교육의 부재, 노인진료 수가의 문제, 인력수급의 문제 등이 상존하는 의료현실에서 많은 장애가 있다. 노인의 보건의료서비스는 독립된 한 분야로 존재할 수 없으며 포괄적인 `노인복지'의 한 축에 불과하고, 노인의 건강문제를 올바로 인식하고 적절한 노인의료서비스가 제공되려면 이처럼 포괄적 관점에서 접근해야한다. 다시 말하면, 바람직한 노인보건의료는 개인이나 민간차원, 또는 의료계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이다. 의료의 측면에서만 언급한다면, 지역사회에서 노인환자의 평가와 치료를 일차적으로 담당할 수 있도록 일차의료 의사 및 간호사들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노인 진료수가의 보장, 노인전문 병원과 장기요양시설 등의 2, 3차 노인의료시설의 확충과 노인의료전달 체계의 확립 등이 민간 및 국가 차원에서 협동하여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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